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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몽환화' 마지막 미리보기 5회 | 읽을거리 2014-05-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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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던 도모키가 놀라 고개를 들어 리노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봤다. 수영. 그녀 앞에서는 아무도 입에 담지 않는 말이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슈지는 금지어를 말했다는 자각이 없는지 물끄러미 손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리노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네, 그만뒀어요. 이제 수영은 안 해요. 죄송해요.”

슈지는 아랫입술을 내밀고 얼굴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다. 본인이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리노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할아버지까지 신경을 쓰게 했다는 사실이 한심했다. 어릴 때부터 수영을 잘했다. 수영교실에서는 곧 선수 코스로 옮겼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는 3학년 부의 3위였다. 4학년 여름에는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50미터 자유형에 도전해 6위로 입상했다. 그후에도 순조로웠다. 큰 슬럼프 없이 속속 큰 시합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에는 자연스레 올림픽을 의식하게 되었다. 실제로 주니어 일본대표로 선발되어 해외원정 경기에도 나갔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은 황금기였다. 전국고교종합체육대회에는 삼 년 연속 출전해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심지어 여러 종목에서 우승을 싹쓸이한 해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아시아 대회에 출전했고, 개인 혼영에서 금메달을 땄다. 나리타 공항에 내렸을 때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키야마 리노를 인터뷰하기 위해 보도진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부모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국제대회에도 어디나 응원하러 달려왔다. 마사타카가 유급휴가를 쓰는 경우는 그때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무렵이 절정이었다. 설마 삼 년 후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헤엄을 치지못할 정도라니…….

“리노야”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슈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얹어져 있다.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론을 빨리 내려고 하지 마라.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네 편이란다. 계속 응원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리노는 뺨의 근육을 풀었다.

“할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노야, 지금 고엔지에 산다고 했지?”

“네, 여성전용 맨션이에요. 왜요?”

“그러면 우리 집 근처구나. 수영을 그만뒀으면 시간이 있겠지? 다음에 한번 놀러 오너라.”

“아, 맞다! 할아버지댁, 꽃이 가득했던 게 기억나요.”

“지금도 잔뜩 있단다. 보러 오려무나.”

“네, 꼭 갈게요.”

“나오토에게도 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슈지는 영정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6시가 되자 쓰야가 시작되었다. 리노는 부모님과 유가족 자리로 이동해 승려의 독경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문객이 분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 젊은 사람이 많다. 최근 이런 정보는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메일이나 SNS로 곧바로 전해진다. 눈에 띄는 세 남자가 나타났다. 온몸을 검은색 옷으로 감쌌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금기시되는 체인이나 피어싱 같은 번쩍이는 물건을 달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화장한 얼굴이 몹시 튀었다.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노는 이것이 그들 나름대로의 이별 방식일 거라고 해석했다. 세 사람은 나오토와 함께했던 밴드의 멤버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분향을 마친 세 사람은 나오토의 부모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요시에가 손수건으로 눈두덩을 누르는 모습이 리노가 있는 데에서도 분명히 보였다. 별실에 문상객을 맞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리노는 도모키와 함께 있었는데 밴드 멤버들이 다가왔다.

“리노, 오랜만이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오스기 마사야가 제일 먼저 말을 걸어왔다. 키가 큰데 앞머리를 기른 얼굴은 샘이 날 정도로 작다. 라이브 콘서트 때 몇 번 만났기 때문에 리노도 안면이 있었다.

“응, 언제 들은 거야?”리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제 낮. 연습이 있어서 모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토가 나타나지 않아서 휴대전화로 연락했더니 어머니가 받으시더라고. 그런데 나오토가 죽었다고 우시면서…….”

마사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을 참고 있는 듯하다.

“마사야와 다른 사람들도 짚이는 데 없어?”

마사야는 다른 두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본 후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안 그래도 경찰도 물어보더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모습도. 그래서 우리끼리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거든. 무슨 일이 없었나, 나오토가 SOS 같은 신호를 보낸 적은 없나, 밤새도록 얘기했어. 하지만 이렇다 할 게 떠오르지 않아.”

“오히려 요즘 나오토는 의욕이 넘쳤어.”

베이스를 담당한 데쓰라는 작은 체구의 젊은이다.

“공연 평판도 좋았고 메이저에서도 얘기가 있었어.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하는 때였다고. 그런데 어째서냐고 도리어 우리가 묻고 싶다니까.”

“역시 천재였기 때문이겠지.”

드럼을 맡은 가즈라는 젊은이가 후 하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살짝 알코올 냄새가 났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은 천재의 생각을 읽을 수 없지.”

“그걸로 끝내자고?”데쓰가 입을 내밀었다.

“그야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

“이제 그만해.”마사야가 두 사람을 말리고는 리노와 도모키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밴드 활동은 어떻게 해?” 마사야는 얼굴을 찡그리고 귀고리를 만졌다.

“아직 아무 생각 없어. 나오토가 없어졌다는 것은 단순히 키보드가 없어진 게 아니라서. 리노도 알겠지만 처음엔 나와 나오토 둘이서 시작했잖아.”

“형도 말했어. 마사야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도모키가 말했다. “그래서 형은 마사야 형에게 늘 고마워했어.”끝에는 울먹이는 목소리가 되었다.

“그렇게 말했다니 고맙지만 의미는 없어. 이제 그 녀석은 없으니까.”

맑고 높은 매력적인 목소리였지만 그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가라앉듯 무거웠다.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비채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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