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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두페이지 소설공모전 1등수상작 '조문객' | 읽을거리 2014-12-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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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촌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은 청주였다. 나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 기차를 타고 청주로 갔다.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던 삼촌의 장례식엔 조문객이 적지 않은 편이었다. 내가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숙모와 조카들이 삼촌의 영장사진 아래 주저앉아 상복을 입고 울고 있었다. 그들의 추레한 상복을 보자, 그때야 나는 내가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서둘러 넥타이를 풀어 가방에 넣고 주변 눈치를 살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먼 친척이 분명한 여자가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촌이 좁은 책상에 앉아 부조를 받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좁은 책상 아래에 손을 감추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고 먼저 청주로 내려온 엄마가 나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숙모한테 인사드리고 밥 먹어. 신발은 저기다 벗어두고.”

 나는 이미 회사에서 저녁을 먹었지만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고 숙모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보니 괜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부적절한 인사 같았다. 하지만 달리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책임질 수도 없는 얕은 위로의 말을 하느니, 차라리 실실 웃으면서 인사나 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선생님의 처벌을 기다리는 기분으로 숙모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 때 병풍 뒤에서 삼촌이 걸어 나왔다.


2

 “의사생활 30년 만에 이런 경우는 딱 두 번째입니다.” 갑작스레 호출을 받고 달려온 의사는 아직은 거친 호흡으로 말했다. “평소에 환자가 고혈압을 앓던 탓에, 죽은 후 혈관이 이완되자 뭉쳐있던 피가 터지면서 심장이 다시 펌프질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삼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영정 사진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조카들은 삼촌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숙모는 삼촌의 한 손을 잡은 채로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 남편은 계속 살 수 있는 건가요?”

 의사는 꽤나 오래 뜸을 들였다. 시체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장례식장 전체에 퍼져 다른 상가(喪家)의 조문객들까지 다 몰려왔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의사의 말을 기다렸다. 다들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탓에, 의사가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바퀴벌레 떼처럼도 보였다.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남편께 다시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분은 깨어난 지 4시간 만에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이번에는 3시간, 아니 2시간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에 준비를 하시죠.”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나버렸다.


3

 모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는 눈치였다. 삼촌은 계속해서 자신이 살아있던 시절에 찍은 영정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나이가 지긋해서 처세에 능한 어르신들까지도 어린애들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관을 묻기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은 조금 언짢은 표정으로 삼촌과 숙모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 희망을 버리지 말자.” 숙모가 삼촌의 두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2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혹시 죽더라도 나는 이 짧은 시간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해. 우리 마지막으로 남은 이 2시간 동안만이라도 꼭 같이 있자.”

 “마지막 남은 2시간….” 삼촌이 중얼거렸다.

 “그래, 자기 인생의 마지막 2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이랑 함께 여기서 보내는 거야.”

 그때 삼촌은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 되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마지막 남은 2시간!”


4

 이번에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촌에게 찾아가 삼촌은 소리쳤다.

 “빨리 부조금 상자를 열어!”

 좀 전까지 관 속에서 죽어 누워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우렁찬 명령에 깜짝 놀란 사촌은 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만 떨어뜨려버렸다.

 “열 수가 없어요. 열쇠로 잠겨있어요.” 사촌이 주변 사람들에게 구호의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열쇠는 어디있는데!” 삼촌이 닦달했다.

 “열쇠는 숙모가 가지고 있죠.”

 그때 숙모가 부조금 상자를 가로막으며 삼촌을 밀쳤다.

 “뭐야! 갑자기 부조금 상자는 왜 열라는 거야?”

 “저 부조금은 다 내 꺼야. 사람들이 나 죽었다고 내는 부조금이잖아.”

 “지금 부조금이 그렇게 중요해?” 숙모가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은 이제 2시간 후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갑자기 부조금 타령인거야, 우리 가족들보다 부조금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두 조카들도 숙모와 마찬가지로 훌쩍거리며 삼촌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저 부조금이 당장 필요해!”

 “당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이 가족들은 안중에도 없고 갑자기 부조금 타령만 하다니, 당신이 인간이야?”

 “인간?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다 죽은 마당에. 죽었는데 인간이 무슨 소용이야. 빨리 열쇠 내놔. 내 돈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당신이 왜 막아!”

 “그게 왜 당신 돈이야. 그게 사람들이 당신 쓰라고 가져온 돈이야? 당신 죽고나서 나랑 우리 하민이 하진이 쓰라고 주는 돈이지!”

 “그게 말이 돼? 그럼 내 생일파티에 사람들이 가져오는 선물도 다 당신 거야?”

 “억지 좀 쓰지 마, 죽은 사람이 돈이 뭐가 필요하다고!”

 “난 아직 안 죽었어!”

 “어차피 2시간 후면 죽을 거잖아!”

 삼촌은 분에 차서 숨을 헐떡거렸고, 숙모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삼촌은 숙모의 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병풍 뒤로 걸어가서 먼지가 두껍게 쌓인 빨간 소화기를 양 손으로 집어 들고 돌아와 부조 상자를 내리 찍어 부숴버리고 있는 돈을 집히는 대로 주머니에 쓸어 담고선 장례식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자 조문객 몇 명이 삼촌을 따라나섰지만, 이미 사라진 삼촌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상자는 나무 조각들이 되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흰 봉투 속에 들어가 차곡차곡 쌓여있던 지폐들이 장례식장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삼촌이 미처 챙기지 못한 돈들이었다. 조문객 모두가 여기저기 흩어진 돈을 주워 숙모에게 가져다줬다. 그 중에 몇 명은 다른 사람의 상(喪)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고, 또 그들 중에 몇 명은 슬쩍 지폐 몇 장을 챙기기도 했다.

 숙모와 조카들은 멍하니 삼촌의 영정사진만을 보고 있었다.


5

 3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장례식장 앞에 빨간색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를 주차시켰다. 차에서 내린 건 삼촌이었다. 삼촌은 알마니 정장에 페레가모 구두를 신고 있었다. 삼촌은 셔츠 안주머니에서 금장 담배 케이스를 꺼내 열어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 삼촌이 나간 후에 방문한 조문객은 저 부유한 사람이 삼촌과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삼촌은 마치 삼촌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처럼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금장 담배 케이스를 다시 셔츠 안주머니에 넣고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하얀 봉투를 꺼내 숙모에게 툭 던져주었다. 숙모는 그 하얀 봉투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듯 했다.

 삼촌은 아무 말 없이 페레가모 구두를 벗어 가지런히 정돈시킨 후 스스로 관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숙모와 조카들이 울지 않았다.

 다만,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삼촌의 영정사진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소설가의 일 :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따금 그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매번 다르다. 호수공원 한 바퀴 달리기, 자동차 운전해서 울진에서 집필중인 소설가 선생을 뵈러 가기, 이따가 해 떨어지면 술 마시며 놀자고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어제 택배로 도착한 움베르토 에코의 새 에세이 읽기 등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좀 하기 힘든 일도 있고, 뭐 그렇다.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를 하면서 살아가는 게 내 삶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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